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‘무릎을 굽히고 두 손 모아 천수관음께 빌어 사뢰나이다.
짧은 시간 안에 마음은 원숭이같이 산만하고.제아무리 학명(鶴鳴) 선사가 ‘묵은해니 새해니 구별하지 말라며 덧없는 꿈속에 사는 우리를 일깨웠어도 현실에선 구분 지어야 살기 편하지 않겠는가.
‘국경의 긴 터널을 빠져나오자 설국이었다던 가와바타 야스나리(川端康成)의 『설국』 첫 문장이 떠올랐다.모르긴 해도 세상에는 그처럼 쉴 곳을 향해 떠나고픈 사람이 많을 것 같다.새로이 설계하고 실행에 옮긴 이와 흐지부지 대충 넘긴 이에게 결과는 다를 것이기 때문이다.
설령 그렇다 해도 새해가 되었으니 ‘희망을 이야기하자.새해의 태양은 더 힘차게 솟아올랐으리라 믿으면서 말이다.
아니면 쳇바퀴 돌듯 살아서일까.
이렇게 멋진 ‘희망에도 인간의 욕망이 듬뿍 담겨있다.기우고 기운 누더기 두 벌 세상에 남기고 가신 성철 스님이나 무소유를 강조하신 법정 스님을 생각한다면.
안경을 바꿔 껴보아도 더 이상 글자가 선명하지 않게 되어서야 책을 덮었다.아차 싶다가는 어느 순간 가슴이 철렁했다.
옛날 부처님이 본 해나 오늘 내가 본 해가 하나의 태양일지라도.얼른 법당문을 닫고 돌아서야 했다.